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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도 될까요 웃어도 될까요? 그렇게 묻고 싶은 날들이다. 내가 웃어도 되는 건지, 하루하루 똑같이 흘러가는 삶과 일상을 이렇게 당연한 듯 보내도 되는 건지...... 위태로운 대한민국 안에 한 사람 국민으로 살면서 내가 이렇게 있어도 되는 건지...? 하고 나에게 되묻는 시간들. 육체의 배고픔에 일차원적인 나의 결핍을 해결하기 위해 밥을 입에 넣어도 되는 건지.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이 하나하나 죄스러워지는 것은, 내 양심이 아파하는 것은 시민으로서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살기 위해 음식물을 손질하며 동그란 접시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는다. 마음 한 켠 밀어놓았던 유머를 끄집어 낸다. 어떻게든 웃어보자고, 웃기라도하자고, 끝을 알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버티어내려면 그렇게라도 해야한다고 나를 다독인다.
아침에만 해도 이 날은 12.3이었다. 아침에만 해도 차가운 공기가 기분좋을 만큼 시원하게 느껴지고 하늘에는 구름이 실개천을 이루는, 아름다운 날이었다. 밤이 되자 서울의 공기는 완연히 달라졌다. 차갑게 얼어붙은 서울의 겨울. 123 비상계엄으로 먹먹한 가슴이 짓눌린 채,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기사에 눈을 고정한다. 하루의 낮밤이 이리 다를 수 있구나.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가, 소망을 잃지 말라고 하나님께서 아침에 이런 하늘을 미리 보여주셨나보다 하고... 어떻게든 소망의 끈을 잡으려고 몸부림 친다.    저 하늘 끝에서 이쪽 하늘 끝까지 이런 구름이 하늘을 전체를 덮었다. 누가 이런 하늘을 만들 수 있을까? 하나님께서 창조하시고 운행하시는 하늘을 마음껏 눈에 담고 마음으로 느꼈다. 참 행복한 아침이었는데...... ..
아이에게 배우다 2 하영이가 수학 단원 평가를 학교에서 봤는데, 40-45점 정도일 거라고 했다. 다음날 선생님께서 채점하신 평가지를 하영이가 가지고 왔다. 내게 몇 점을 받았을지 맞춰 보라고 한다. 예상했던 점수보다 잘 나와서 물어보는 것 같았다. 너무 높게 답했다가 혹 아니면 실망할까봐, 어떻게 답할까를 잠시 고민했다. "다 맞으면 백점이니? 그럼 100점의 절반인 50점으로 할게." 하영이가 그거보다 높다고 해서 5-10점씩 올려 계속 답하다보니 85점을 맞추었다. 자랑스럽게 점수를 이야기하며 하영이가 이렇게 덧붙인다. "열심히 하니까 되더라고요."   하영이에게 다시 답했다. "하영아, 정말 너를 칭찬해. 85점 받은 것도 칭찬하지만, 그것보다 더 칭찬하고 싶은 것은 열심히 하면 된다는 것을 안 거야. 열심히 하면 ..
역할분담 아무것도 할 수 없어꼼짝없이 방 안에 갇힌 날침대 위 누인 머리 속 통증만열심히 시간을 세는 날 가만히 누워 듣는방 문 밖 재미난 얘기설거지는 누가 할까?밥은 내가 할게정리는 내게 맡겨아빠 하영 하준모두 한 마디씩 엄마 깰까 봐나즈막히 나누는 얘기내 귓가에 들려오는조용한 감사의 기도
아이에게 배우다 1 아이들과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뒷좌석에 앉은 하영이가 갑자기 "아!....."하고 매우 아쉬워한다. 휴대폰에서 글을 쓰고 있었는데 복사하기와 붙여넣기를 하려다가 '환경'이라는 두 글자만 남기고 다 지워졌다는 것이다. 굉장히 길게 썼는데 다시 되돌릴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너무 아깝겠다고 어떡하냐고 묻는 내게 "다시 쓰면 돼죠. 다시 쓰면 더 잘 쓸 수 있을 거예요." 하고 하영이가 말한다. 하영이의 대답에 깜짝 놀랐다. 빠른 시간 내에 태도를 바꾼 하영이의 첫번째 대답에 놀랐고,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두번째 말에는 더 많이 놀랐다. 우스갯소리로 내가 만약 그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반응했을지 몸소 아이들에게 보여주니 뒤에서 깔깔거리며 웃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도 나라면..
하영이표 감기약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 정확히는 편도선염이다. 주일 저녁까지도 괜찮았는데, 월요일 오후쯤 되니 으실으실 춥기 시작하더니 38.5도로 열이 치솟는다. 왜 그런지 몰라도 잠이 쏟아져서 집에 오자마자 패딩 점퍼를 입은 채로 거실에 움츠리고 누워 잠을 자고 말았다. 중간 중간 계속 깨서 아이들이 뭐하는지 살펴보는데 주방에서 속닥속닥거리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린다. 세 시간 쯤 자고 나서야 겨우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똑딱똑딱 오븐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땡!" 하고 빵이 구워졌음을 알리는 기분 좋은 소리가 집 안 가득 퍼진다. 달콤한 빵 냄새도 함께. 하영이가 발그레한 얼굴로 "엄마 빨리 나으라고 만들었어요!" 말하며 웃는다. 엄마 좋아하는 커피로 커피콩빵을 만들었다는 하영이. 인스턴트 커피가 없어..
생각하고 떠올리다 묻고 답하는 시간 사진 작가이신 한나 언니께서 교육하셨던 분들이 그동안의 결과물을 모아 사진전을 여셨다. 총 두 팀을 교육하셨는데, 한 팀은 자녀를 둔 엄마들로 이루어졌고 다른 한 팀은 장애아동 소녀들로 이루어졌다. 한나 언니께서 사진전 포스터를 보내주시며 시간 되면 가보라고 하셨는데, 거기서 5년 만에 한나 언니를 만났다! 한나 언니는 원래 다음날 철거하러 오시기로 되어 있었고 돈의문박물관마을에는 한나언니가 교육한 두 팀이 각각의 사진전을 다른 장소에서 열고 있었다. 한나 언니와 나는 동일한 시간에 서로 다른 전시관에 있었던 터라 못 만날 수도 있었다. 그런데 한나 언니를 만나다니...! 너무 기쁜 그날의 이벤트였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예전 모습 그대로인 한나 언니였다. 세월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언니의 ..
삶의 의미를 찾아서 어제 주일 예배를 드리며 김기태 목사님의 설교를 듣게 되었다. "삶의 의미를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죽음을 생각하며 지금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러한 생각들은 예배 후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열렸던 사진전으로 이어졌다. 하루 종일 생각하고 떠올리며 묻고 답하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결정해야 할 사안들을 하나님 앞에서 나열하고 하나님께 묻던 많은 질문과 내 안에 풀리지 않던 감정들이 하나씩 답을 찾고 정리되었다.  목사님께서는 전도서 1장과 12장 말씀을 토대로 전도서의 전반적인 내용들을 가지고 말씀을 들려주셨다. 즐거움, 술, 일, 업적, 돈으로 정의될 수 없는 우리의 삶에 대해 솔로몬이 쓴 성경으로 풀이해 주셨다. 3000년 전 삶의 의미를 찾으려 몸부림쳤던 솔로몬의 입술을 통해 우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