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감기에 걸렸다. 정확히는 편도선염이다. 주일 저녁까지도 괜찮았는데, 월요일 오후쯤 되니 으실으실 춥기 시작하더니 38.5도로 열이 치솟는다. 왜 그런지 몰라도 잠이 쏟아져서 집에 오자마자 패딩 점퍼를 입은 채로 거실에 움츠리고 누워 잠을 자고 말았다. 중간 중간 계속 깨서 아이들이 뭐하는지 살펴보는데 주방에서 속닥속닥거리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린다. 세 시간 쯤 자고 나서야 겨우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똑딱똑딱 오븐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땡!" 하고 빵이 구워졌음을 알리는 기분 좋은 소리가 집 안 가득 퍼진다. 달콤한 빵 냄새도 함께. 하영이가 발그레한 얼굴로 "엄마 빨리 나으라고 만들었어요!" 말하며 웃는다. 엄마 좋아하는 커피로 커피콩빵을 만들었다는 하영이. 인스턴트 커피가 없어서 로스팅한 커피콩을 갈아 넣은 찐 커피콩빵이었다. 코를 갖다대면 커피향이 달콤한 빵 사이로 향긋하게 차오른다. 오독 오독 커피가루 씹히는 재미까지 있는 하영이표 감기약이다. 이틀 동안 두통이 너무 심해 걸을 때마다 머리가 울리는 느낌이 들고, 속도 좋지 않아 거의 먹지 못하고 멀미하는 느낌으로 누워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틀 지나고 나서야 식탁에 멀쩡하게 앉아 제대로 맛보는 하영이의 마음.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달고 부드러운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커피콩빵.
*아, 누나가 엄마 몰래 커피콩빵을 만들 수 있도록 심부름 잔뜩한 하준이에게도 깊은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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