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작가이신 한나 언니께서 교육하셨던 분들이 그동안의 결과물을 모아 사진전을 여셨다. 총 두 팀을 교육하셨는데, 한 팀은 자녀를 둔 엄마들로 이루어졌고 다른 한 팀은 장애아동 소녀들로 이루어졌다. 한나 언니께서 사진전 포스터를 보내주시며 시간 되면 가보라고 하셨는데, 거기서 5년 만에 한나 언니를 만났다! 한나 언니는 원래 다음날 철거하러 오시기로 되어 있었고 돈의문박물관마을에는 한나언니가 교육한 두 팀이 각각의 사진전을 다른 장소에서 열고 있었다. 한나 언니와 나는 동일한 시간에 서로 다른 전시관에 있었던 터라 못 만날 수도 있었다. 그런데 한나 언니를 만나다니...! 너무 기쁜 그날의 이벤트였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예전 모습 그대로인 한나 언니였다. 세월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언니의 모습을 마주하니 '너만은 그대로 변함없이 있어 주었구나'라는 안도감 비슷한 감정이 들었다. '모든 것이 변해도 변치 않겠다는 약속 그대로 지켜주었구나' 하는 뭔지 모를 위로가 찾아왔다. 이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사진전에서 만난 사진들과 사진마다 곁들여진 짤막한 글을 읽으며, 삶에서 마주하는 감정과 굴곡이 모두에게 동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통해 그분들의 삶 한 부분을 내가 공감할 수 있다는 것, 이렇게 공감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위로했다.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을 간 누군가와 내가 같은 감정을 공유하며 함께 걸을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내가 가본 길을 가지 않은 누군가와 함께 같은 곳을 볼 수 있겠다는 위로도. 혼자가 아니라고 속삭이는 벽 위의 사진들.
내 마음속 들여다보지 못했던 많은 길을 전시장에 걸린 사진 속에 그려보았다. 알고 있지만 외면하며 그리지 않았던 길들과 용기가 없어 그리기를 끝내지 못했던 길들, 나도 알지 못했던 길들이 마음 끝에서 서로 얽혀 뻗어나간다. 어떤 길은 굽이굽이치고 어떤 길은 곧게 쭈욱 뻗어나간다. 그러다가 뚝 끊어져 갈 길을 잃기도 하였다. 그 길 위에 사진 속 웃음과 위로, 고통과 방황을 채워 넣는다.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작가님들은 저마다 꽃 한 송이 들고 내 마음의 길에 정성껏 꽃을 심어준다. 계속 그 길을 가라고, 나도 가봤다고 이야기를 건네면서.
서로 만나지 않을 것 같던 갈래길들이 다시 내 마음으로 돌아와 하나의 대로가 된다. 모든 감정을 긁어모아 내 마음에 담고 보니 삶으로 엮어진 넓은 길 하나가 내 마음에 뻗어 있다. 소망의 꽃길. 환난 중에 참을 수 있는 힘과 소망 중에 즐거워할 수 있는 이유가 내 마음에 피어났다. 이제는 기도를 계속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