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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자란다 하준이가 정말 많이 컸다. 키도 많이 자라고 생각도 많이 자랐다. 마냥 귀엽고 아기같다고만 생각했는데, 행동이나 말에서 하준이가 많이 성장했음을 느낀다. 두 달간의 방학이 끝나고 어제 유치원 개학이었다. 개학식 날에는 급식이 없어서 하준이와 무얼 먹을까 이야기를 나누다 자장면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식당에 도착해 자리에 앉자마자 하준이가 다시 일어나더니 컵 입구까지 가득 채운 물 두 컵을 정수기에서 떠 온다. 그리고 자연스레 식탁에 올려두고 내 앞으로 한 잔을 건넨다. 식당 한 켠에 붙은 "물은 셀프입니다."라는 문구대로 수행하는 하준이다. 너무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하준이를 보고 있으니 웃음이 난다. 챙겨주어야 하는 하준이였는데, 나를 챙겨주는 하준이라니. 아이들이 자란다.
빨리 주고 싶어서 기다리는 마음 하영이의 생일 선물로 휴대폰을 구입했다. 가성비 좋은 휴대폰이 있어 하영이에게 보여주며 어떠냐고 물으니, 가지고 있는 휴대폰이 구형이라 로딩이 한참 걸리는데도 아직 더 쓸 수 있으니 절대 사지 말란다. 간단한 검색과 전화 정도 하는 아이들에게 더 좋은 휴대폰이 필요할까 고민하면서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에 휴대폰을 담아놓았다. 며칠 뒤, 마침 할인을 하길래 이 정도 가격이면 사줄만한 것 같아 생일 일주일을 남겨두고 주문했다. 서프라이즈 선물이라 배송 받자마자 장롱 속에 꽁꽁 감춰두었다. 한 번씩 휴대폰이 잘 있나 확인하면서 하영이 생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하영이가 얼마나 기뻐할까 기대되는 마음에 달력을 자꾸만 쳐다보고 하영이 생일이 며칠 남았나 세어본다. 생일 선물을 받는 것은 하영이인데 내 마음이 콩닥콩..
예수님께 맡기신 하나님의 뜻 아버지께서 내게 주시는 자는 다 내게로 올 것이요 내게 오는 자는 내가 결코 내쫓지 아니하리라 (요 6:37)   하나님은 처음부터 우리를 사랑하시고 생명의 떡을 주시며 구원하시려 우리를 찾아 오셨는데, 나는 하나님을 처음 만났을 때 세상의 떡, 육신의 떡을 구하고 있었다. 내 앞에 일어난 문제들을 보고 "아, 만능해결사 하나님이 계셨지! 마침 잘 오셨네요. 하나님이 계셔서 다행이예요." 라고 말하며 하나님의 전능을 내 문제 해결에 사용하고자 했다. 하나님의 사랑이 얼마나 놀라운지, 하나님은 나에게 이용당해주시면서까지 나를 기다리시고 또 기다려주셨다. 오병이어의 표적을 보고도 구체적인 표적을 다시 보여달라고 예수님께 요구하는 무리들처럼 육신의 떡에 매달리고 있던 내게 예수님은 말씀하시고 또 말씀하셨다. ..
악은 어떤 모양이라도 버리라 아이들의 독감에 이어 나도 독감에 걸렸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열이 나니 누워있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빨리 회복해야 일정들을 소화할 수 있으니 증상이 나타나자 당장 병원으로 가서 비싼 페라미플루 수액까지 맞았다. 하루가 지나니 몸이 정상인 것처럼 회복되었다. 이렇게 이틀을 보내면 당연히 집도 어지러지고 해야할 일들도 미뤄지니 차근차근 해나가는 게 맞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좋았을텐데,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들에 화가 났다. 회복되자마자 긴 시간 운전하며 일정들을 소화해내다 보니 저녁이 되어 다시 머리가 지끈거리면서 화까지 났다. 그렇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입으로 욕을 내뱉는 것은 안 될 일이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자연스럽게 욕이 나왔다. 너무 놀랐지..
경박단소한 식단 맛있는데 건강한 음식은 있다!경박단소한데 맛있는 음식으로 몸을 지키자.
장성한 분량 하영이가 수영을 배운다. 2023년 7월부터 시작해서 일주일에 두 번씩 강습수영을 했다. 지금 생각하니 매우 감사하다. 국민체육센터 내에 있는 수영 수업은 늘 신청 인원이 많아 추첨제로 운영된다. 나는 여러 번 미당첨 됐는데 하영이는 신청할 때마다 당첨되어서 1년 6개월 동안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하영이랑 같이 초급반 수업을 받았던 어린이들 중 대다수가 중급반으로 갔다. 중급반은 첫번째 수업 때 테스트를 본다. 초급반에서 배운 자유형, 배영, 평영으로 25m 거리를 완주할 수 있어야 한다. 얼마 전, 수강 신청을 앞두고 초급반 선생님께 전화를 받았다. 하영이가 세 가지 영법을 다 익혀서 중급반으로 신청해보는 게 어떻게냐는 말씀이었다. 중급반은 테스트가 있는데 하영이가 25m를 가면서 여러 번 멈추니 ..
사랑으로(Love Made a Way) 성탄 칸타타를 준비하며, 멜로디와 가사가 아름다운 곡을 알게 되었다. 더욱 내 마음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곡이다. 우리 약함 위하여 주 오셨네우리 상처 고치러 오셨네낮고 천한 마구간 오셨네그 크신 사랑 다 알 수 없네 사랑으로 십자가를 지셨네사랑으로 우릴 대속하셨네사랑으로 구유 안에 계신 주님사랑으로 십자가를 지셨네 사랑으로 이 땅 오신 주님빛 되신 주 우릴 인도하네만왕의 왕 하늘 보좌 버리고 우리를 위해 이 땅 오시어 사랑으로 십자가를 지셨네사랑으로 우릴 대속하셨네사랑으로 구유 안에 계신 주님사랑으로 십자가를 지셨네영광을 높이 계신 주께
있으나마나한 존재 있으나마나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사라져도 여전히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부재'가 남겨진 사람들을 힘겹게 하지 않고 마냥 그리워하는 시간으로 흘러가지 않고 도리어 순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면. 교회에서 셀 방학 전 마지막 셀모임을 가졌다. 내년에는 셀이 개편될 것이다. 또 우리 가정은 교회가 멀어서 가까운 곳으로 옮기고자 기도하는 중에 있다. 셀장의 역할을 감당할수록 마음에 강하게 남는 한 마디가 있다. 있으나마나한 존재. 2년 전 새로운 셀을 시작할 때 하나님께서는 "나의 셀이니 내가 일하겠다"고 하셨다. 그 말씀이 큰 힘이 되었다. 낙담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와 소망을 가질 수 있는 근원이었다. 동시에 셀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니 나는 있으나마나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