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나마나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사라져도 여전히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부재'가 남겨진 사람들을 힘겹게 하지 않고 마냥 그리워하는 시간으로 흘러가지 않고 도리어 순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면. 교회에서 셀 방학 전 마지막 셀모임을 가졌다. 내년에는 셀이 개편될 것이다. 또 우리 가정은 교회가 멀어서 가까운 곳으로 옮기고자 기도하는 중에 있다. 셀장의 역할을 감당할수록 마음에 강하게 남는 한 마디가 있다. 있으나마나한 존재. 2년 전 새로운 셀을 시작할 때 하나님께서는 "나의 셀이니 내가 일하겠다"고 하셨다. 그 말씀이 큰 힘이 되었다. 낙담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와 소망을 가질 수 있는 근원이었다. 동시에 셀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니 나는 있으나마나한 셀장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됐다.
교회에서 지낸 2년을 되돌아 본다. 셀원이 늘어났고 함께 모이기를 힘쓰며 교제의 끈이 서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힘든 일, 아픈 일, 기쁜 일이 있으면 함께 나누며 기도하기에 힘썼다. 누군가 기도 제목이 있다면 단체 카톡방에 올렸고 모두들 기도하겠다고 댓글을 남기며 응답한다. 그게 그렇게 고맙고 위로가 된다. 누군가의 기도 제목이 나의 기도 제목이 되고, 하나님의 응답은 우리 모두의 감사와 소망이 된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기도가 없더라도 늘 신실하게 일하시지만, 우리의 기도를 사용하시기로 정하셨다. 그게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방법이었다. 아비멜렉 왕이 사라를 취하려 했을 때, 하나님께서 아비멜렉 꿈에 나타나 아브라함이 기도해야 아비멜렉과 그에게 속한 자가 다 살 수 있다고 하셨던 것처럼. 나도 셀원분들도 기도로 일하시는 하나님에 대해 더욱 깨닫고 기도하게 되었다.
이제 교회를 옮길 시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도하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걱정 없이 교회를 옮기라고 말씀하셨는데, 동시에 셀원분들에게는 간절한 기도 제목들이 생겼다. 함께 기도하면서 나는 언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하나님께 묻고 있다. 기도 중 하나님께서는 "내가 너의 주인이니? 내가 하자고 하는대로 따를 거니?" 하고 물으시는 것 같다. 다시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을 알고자 한다. 있으나마나한 존재가 되고 싶다고 간절히 기도하며, 하나님께서 한 영혼 한 영혼 세밀히 돌보아 주셔야만 한다고 간곡한 부탁을 드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