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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노란 잠수함

  저녁 식사 시간에 하영이가 학교에서 음악 시간에 배웠다며 '노란 잠수함' 노래를 부른다. 잠수함이 영어로 submarine이라는 것도 배웠다며 재잘재잘 이야기한다. 나도 팝송을 처음 접했던 것이 학교에서 5학년 때인가 선생님께서 비틀즈의 'Yesterday'를 들려주셨을 때다. 그 이후로 인터넷에서 여러 팝송을 검색하다가 비틀즈를 좋아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용돈을 들고 버스정류장 앞에 있던 레코드점에서 비틀즈 인기 수록곡이 모인 음악 테잎을 샀던 기억이 난다. 즐겁고 경쾌한 음율에 뜻은 전혀 모르는 영어 가사를 무작정 흥얼거리며 시간날 때마다 따라불렀다. 하영이가 이제 그때의 나만큼 자라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반짝이는 눈으로 "yellow submarine, yellow submarine" 하고 흥얼거리는 예쁜 하영이를 다시 바라봤다. 

  자기 전 옷을 갈아입는데, 하영이가 오더니 뒤에서 나를 껴안는 것이었다. 엄마의 따뜻한 등이 너무 좋다고 하면서. 어렸을 적 유독 많이 안아달라고 하던 하영이는 등 뒤에 업혀있는 것도 가슴팍으로 안아주는 것도 좋아해서 늘 매미처럼 내게 매달려 안겨있던 아기였다. 이제는 큰 아기?가 되어버린 하영이게 "우리집 큰아기, big baby!"라고 말하며 얼굴을 부비니 "Not big! Small baby"라고 답한다. 여전히 부모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하영이를 더 많이 사랑해주고 인정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동호 목사님의 비전 아카데미 강의를 유튜브로 듣고 있다. 오늘은 #10 오래참음과 절제가 주는 유익, #11 자녀교육의 옳은 목표와 방향, #12 바른 교육의 6가지 발달단계에 대해 들었다. 강의를 듣고 결단한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아이들의 자율성을 무시하지 않는다. 내 말이 옳다고 조종하려 들거나 무조건 통제하려 하지 않는다. 둘째, 내가 어른인 부모라고 해서 아이들에게 무례하게 대하거나 함부로 화내지 않는다. 아이들의 행동에는 분명 이유가 있고 내 멋대로 해석해서 나혼자 화내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경쾌하고 즐거운 'Yellow Submarine' 노래처럼 아이들의 삶이, 또 부모인 나와 함께하는 시간이 유쾌하고 행복하도록. "We all live in a yellow submarine" 하고 나 또한 노래를 흥얼거려본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의 나로 돌아가 그때의 감정들과 생각들, 고민들을 다시 헤집어 보며 지금의 4학년이 된 하영이에게 해줄 말을 찾고 있는 나. 나 또한 똑같이 그때의 시간을 거쳐 지금의 엄마가 되었으니, 더 많은 시간을 너희들 옆에서 공감하고 응원할게. 내 식대로 내 뜻대로 고집부리지 않고, 나와는 또 다른 너희의 존재를 하나님 앞에서 인정하며 너희 모습 있는 그대로 사랑할게. 하나님께서 내게 그러하셨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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