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이네 학교에서는 한 달에 한 번 학년별로 전교생이 영어 발표회를 가진다. 짧은 스크립트를 외워서 발표하는 것인데 이번에는 두 가지 스크립트 중 본인이 선택한 하나를 발표하면 되었다. 하나는 보통 단계이고 나머지는 더 어려웠다. 하영이는 보통 단계를 선택해서 오디오를 들으며 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 외우자 나머지 하나를 들어보겠다고 하더니 어려운 것으로 발표하겠다고 했다. 내가 발음 교정해주는 시간을 가졌어야 했는데 바빠서 발표를 이틀 남겨두고서야 교정을 시작했다. 하영이네 반에는 영어 학원을 오랫동안 다니거나 외국에 살다가 온 친구들도 있다. 발표회 때 영어를 굉장히 잘해서 놀랐다. 학원을 다니지도 않고 영어도 잘 못하는 하영이에게는 이 미션이 버겁기도 하지만 꾸준히 최선을 다하는 하영이가 기특하다.
하영이가 어제 긴 시간 교정하면서 힘들어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다시 연습했을 때 교정했던 포인트를 잊어버리지 않고 다 고쳐서 말했다. 하영이가 많이 노력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오늘 선생님께서 발표회를 실시간 방송으로 송출해 주셨다. 하영이 차례 전에 발표하는 친구들이 모두 보통 단계의 스크립트를 발표했다. 순간 나는 긴장되었다. 하영이가 친구들이랑 연습한다고 일찍 등교했는데, 자신과 같은 스크립트를 발표하는 친구들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도 하영이가 그대로 준비한 것을 발표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영이는 영어를 잘하지도 않고 본인 스스로도 발표할 때 긴장을 많이 하는데 그걸 이겨내고 어려운 스크립트를 선택할까 싶었다.
드디어 하영이 차례가 되었다. 하영이는 그대로 자신이 준비한 어려운 스크립트를 발표했다. 교정한 것을 잊지 않고 연습한 대로 발표했다. 어떻게 준비한 대로 끝까지 해냈는지 하교하면 물어봐야겠지만 당황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모습이 대견하다. 하영이 반 친구들 중에서도 영어를 잘하는 몇 몇 친구들만 어려운 스크립트를 발표했다.
우리는 늘 비교하고 비교 당하며 산다. 내가 걱정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보통 단계로 선택하면 어느정도는 할테니 그렇게 비교 되지 않을텐데 어려운 단계를 선택하면 보통 단계 스크립트와도 비교되고, 특출나게 잘하는 친구들과 또 한 번 비교되니까. 하영이에게는 무엇이 중요할까? 영어 발표를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발표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교되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하영이는 자신의 부족한 영역들을 채워나가고 한계를 갱신하는 과정에 있다. 그리고 오늘 또 해냈다. 그 옆에 그 과정을 지켜보는 엄마인 내가 있다. 엄마로서 나의 역할은 무엇일까?
영어 실력에 있어서 다른 친구들에게는 여러 달란트가 있는 반면 하영이에게는 한 달란트만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이것 또한 비교의 시작이 되려나? 하지만 출발선이 서로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친구들은 타고난 언어적 능력이 뛰어난 것일 수도 있고 그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결과일 수도 있다. 하영이는 한 달란트를 가지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언제나 모든 과정을 보고 계시는 하나님 앞에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 한 달란트에 충성된 종에게 더 많은 것을 맡기시는 하나님께서 하영이를 축복해 주실 것이다. 그리고 그 축복은 더 많은 재능을 얻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영혼이 하영이를 통해 하나님께 돌아오게 되는 것임을 믿는다. 오늘 하교하면 듬뿍 칭찬해주고 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하영이를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지 않고 하영이의 노력을 잘 알아주는 엄마가 옆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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