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랫만에 기도의 자리에 조용히 나갔다. 게으름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 기도제목 중에 기도하기 시작하면 너무 서운하고 섭섭할 것 같은 것이 있어 한참 뜸을 들였다. 그 기도에 대해 어떻게 말씀하실지 내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항상 그렇게 하나님을 단정짓지만 정작 기도하면 하나님께서는 내가 생각한대로 답하시는 법이 없었다. 정말 인격적이시고 내 마음을 잘 아시는 하나님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이해하는 만큼만 말씀하셨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께서 제작년 말에 부부셀을 하라고 말씀하셨다. 하나님께서 시작할 마음도 주셨고 긍휼의 마음을 나뿐 아니라 남편에게도 주셔서, 셀장으로 같이 할 사람인 남편도 붙여주셨다.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시작하셨는데, 점점 열심을 내다보니 내 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도 조금은 지분이 있다고 자부심이 들었다. 그럴 때마다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어김없이 "네 셀 아니고 내 셀이야."라고 말씀하셨다. 교만을 내려놓도록 하나님께서 계속 이야기하셨다. 하나님께서는 셀원 모두가 다시 하나님 앞으로 돌아올 것에 대해서도 말씀하셨다. "하나님, 거두는 것은 제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하라고 하는 것만 하겠습니다."라고 기도했을 때, 영혼이 자라는 것을 바라보는 즐거움과 기쁨을 누리게 하시겠다고도 답하셨다. 정말 그랬다. 셀원분들 개인마다 영적 성장이 있었고 다시 회복되고 있었으며 하나님께 묻고 하나님께 답을 구했다. 기도에 대한 응답을 구체적으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주시는 것을 우리 모두가 경험했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에 "다 돌아온다고 했잖아. 내가 말했잖아."라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하나님께서 내게 이제 그만하라고 하시면서 너 아니어도 내 셀은 잘 된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아직 기도 전이어서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기도하면 그렇게 답하실 것 같았다. 오히려 그게 너에게도 셀에게도 좋다고 말씀하시면서 내 교회와 내게 속한 영혼은 내가 책임진다고 하시는 것 같았다. 이 말씀을 듣는다면 '하나님께서 책임지시네! 다행이다.' 하고 마음이 평안한 게 아니라, '그렇게 말씀하시다니...' 하고 서운할 것 같다. 사실은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거겠지. 내가 노력한 부분이 조금은 있지 않냐고 하나님께 주장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내가 받아야 할 몫을 이미 다 받았다. 그것도 셀원분들로부터. 고맙다고 말하며 그 소중한 마음을 나에게 표현해주고, 아껴주는 마음들을 이미 다 받았다. 그리고 하나님께도. 기도하면 할수록 하나님의 마음을 내게 부어주시고 하나님께 가까이가는 복을 주셨으니. 그런데도 무엇이 그리 서운하고 섭섭하다고 말하는 것인지. 정신차리고 하나님께 기도를 시작했다. 그런데 하나님은 오랫만에 기도하는 내게 이 이야기가 아닌 다른 말씀을 하신다.
하나님께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상에 가득 차려놓으시고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가 오길 기다리는 부모님처럼, 공부하다 밤 늦게 집에 들어오는 수험생을 기다리는 부모님처럼. 그래서 왜 먼저 말씀하시지 않으셨냐고 밥 차려 놨으니 빨리 오라고 전화하지 않았냐고 묻자, 아무 말씀없이 웃기만 하시는 거 같았다. "너 올 때까지 기다리는거지. 이렇게 올 줄 알았거든."이라고 말씀하시는 거 같았다. 아... 내가 하나님을 너무 오래 기다리시게 했구나. 죄송한 마음이 들어 고개를 들지 못하는 내게 "왔으니 됐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진심으로 웃으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주일 예배 드리는 동안에도, 어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내 마음에 생각났던 한 단어 '가정예배'. 이 단어가 다시 떠올랐다. 왜 하나님께서 밥상을 차려놓고 계신다는 마음이 들었을까 생각해보니 우리 가정 앞에 말씀의 밥상을 차려놓으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상을 들여다보니 김이 모락모락, 어느 것 하나 맛없어 보이는 거 없이 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기쁨, 화평, 평안, 온유, 친밀, 성령충만 등등. 떠먹기만 하면 되는데, 그동안 밥상 차려놓으신 하나님을 우리가 찾은 적이 없던 것이다. 밥 달라고 한 적도 없었다. 예배 받기 합당하신 하나님께 우리 가정이 예배한다면, 기도한다면, 말씀을 나눈다면 그 성령의 열매가 예배 가운데 우리에게 임할 것이다.
하나님께서 내게 이렇게 말씀하심은 강권적인 은혜다. 결국 오늘도 난 빈손에 찢겨진 심령으로 너덜너덜해져서 하나님 앞에 왔다가 씻김 받고 채움 받고 고침 받아 충만해져서 돌아간다. 이제 이 은혜를 우리 가정에 나눌 차례다. 오늘이 기대된다. 맛있는 저녁 밥을 먹고 예배드리며 진짜 밥을 먹을 오늘이. 하나님께서 풍성하게 차려주신 은혜의 밥상을 받기 위해, 남편과 하영하준 그리고 내 마음이 준비되길 기도한다.
* 여는 기도: 엄마
* 여는 찬양: 거룩하신 하나님
* 말씀: 부족하지 않습니다. 넘칩니다. (시 23:5)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 주시고 기름을 내 머리에 부으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 화답 찬양: 너 예수께 조용히 나가
* 화답, 축복 기도: 아빠
* 주기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