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용서

양지양 2023. 3. 14. 12:26

   사람들에게 느낀 서운함과 억울함을 가지고 기도한 적이 있다. "하나님, 이렇게까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데 아무도 안 따라주면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너무한 거 아닌가요?" 기도를 시작하면서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나님께서는 분명 이렇게 말씀하실 것 같았다.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몸과 같이 하라." 내지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그것도 아니라면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 한편으론 이렇게 말씀하실 것 같았다. "내가 너에게 준 시간과 에너지가 너의 것이냐? 그것도 내가 준 것이 아니냐? 너는 네가 해야할 것을 한 것 뿐이다." 내 머릿속으로 하나님의 성품을 단정지으면서 기도했다. 그런데 나의 무지와 오만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내게 말씀하셨다. 내 생각과 전혀 다른 말씀이었다. "지영아, 내가 너에게 먼저 깨닫게 한 거란다." 더 깊이 기도하면서 내가 제일 연약하기에 먼저 깨닫게 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였다. 내가 먼저 알았으니 먼저 행동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 사람들은 몰랐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정말 인격적이셨다. 다른 사람을 탓하는 내게 하나님은 '나'를 조명하시며 '나'에 대해 말씀하셨다. '나'를 향한 하나님의 인내와 사랑이 깊고 넓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 순간 돌이켜 보니 그 때의 서운함과 억울함이 눈 녹듯 사라졌다. 왜 그렇게 서운하고 억울했는지 떠올리려 해도 기억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어떤 감정이었는지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 제 마음이 다 해결되었어요. 이제 서운하고 억울했던 거 하나도 기억 안 나요." 하나님께서 칭찬하실 것 같았다. "이제야 네가 한 단계 뛰어넘었구나!"하고 말씀하실 것 같았는데 다른 말씀으로 답하셨다. "지영아, 나도 너가 그렇게 후회하는 잘못들 하나도 생각 안 나. 그때 네가 내 마음 아프게 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 나 아팠는지 어땠는지 기억 안 나, 느껴지지 않아. 괜찮아. 다 용서했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눈물밖에 흐르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 기도하면서 말씀으로 확증해주셨다. "나 곧 나는 나를 위하여 네 허물을 도말하는 자니 네 죄를 기억하지 아니하리라"(이사야 43:25). 이스라엘이 죄를 짓고 또 지어서 "네가 나를 괴롭게 하였다"고 거듭 말씀하신 하나님은 자신을 위하여 이스라엘의 허물을 완전히 없애시고 기억하지 않겠다고 하셨다. 하나님은 자신을 위해서 우리 죄를 사하신다. 우리를 처음 지으신 모습 그대로 회복시키셔서 하나님을 찬송하게 하신다. 그러나 강제로 찬송하게 하시지 않는다. 단순히 찬송 받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내가 하나님을 찬송하기까지 하나님의 사랑을 세세히 알게 하신다. 그렇게까지 세밀하게 알게 하실 줄은, 알 수 있다는 것도 몰랐다. 하나님은 그 진실된 고백으로 찬송하기 원하신다. 

 

이 백성은 내가 나를 위하여 지었나니 나를 찬송하게 하려 함이니라(이사야 4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