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한 분량
하영이가 수영을 배운다. 2023년 7월부터 시작해서 일주일에 두 번씩 강습수영을 했다. 지금 생각하니 매우 감사하다. 국민체육센터 내에 있는 수영 수업은 늘 신청 인원이 많아 추첨제로 운영된다. 나는 여러 번 미당첨 됐는데 하영이는 신청할 때마다 당첨되어서 1년 6개월 동안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하영이랑 같이 초급반 수업을 받았던 어린이들 중 대다수가 중급반으로 갔다. 중급반은 첫번째 수업 때 테스트를 본다. 초급반에서 배운 자유형, 배영, 평영으로 25m 거리를 완주할 수 있어야 한다. 얼마 전, 수강 신청을 앞두고 초급반 선생님께 전화를 받았다. 하영이가 세 가지 영법을 다 익혀서 중급반으로 신청해보는 게 어떻게냐는 말씀이었다. 중급반은 테스트가 있는데 하영이가 25m를 가면서 여러 번 멈추니 하영이와 잘 상의해본 후 신청해보라고 말씀하셨다.
하영이에게 이번에 중급반을 신청해보면 어떻겠냐고 물어보니, 풀이 죽은 모습으로 "선생님이 허락하셔야 신청할 수 있어요."라고 답했다. 담당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고 하니 반색하며 "저 이제 중급반 갈 수 있어요?!" 하고 밝게 웃는다. 하영이는 수영 수업 가는 날마다 안 갈 수는 없냐고 은근슬쩍 물어봤었다. 그런 하영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기는 걸 보니, 하영이도 내심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구나 싶었다.
감사하게도 담당 선생님께서 수업 후, 25m를 세 가지 영법으로 멈추지 말고 해보라고 하셨고 자신감을 얻은 하영이는 해보니까 할 수 있겠다며 중급반을 신청하겠다고 했다. 중급반이 당첨되어 첫 수업을 기다리던 중, 하영이가 독감에 걸려 수업을 못 가게 되었다. 고열로 내내 앓으며 일주일을 힘겹게 보내고 드디어 중급반 수업 첫 날이었다. 분명 그 전 날에도 하던대로 하면 된다고 했던 하영이었는데, 수업 당일이 되자 긴장하며 울기 시작했다. 테스트가 너무 무섭다는 것이다. 수영 가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하영이의 눈물은 멈추질 않고 흘러내렸다.
하영이를 아기처럼 무릎 위에 앉히고 꼬옥 안아주었다. 그리고 새벽기도 때, 하영이의 수영 테스트를 위해서 기도하며 들었던 마음에 대해 나누었다. 하영이가 자신감 있게 테스트에 임하도록 담대한 마음을 달라고 기도하는데, 문득 하영이 아기 때 모습이 떠올랐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예쁜, 천사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점점 커가는 하영이 모습도 떠올랐다. 그러더니 지금 고학년이 된 하영이 모습까지 생각났다. 아기 하영이도 너무 예쁜데 훌쩍 자란 하영이가 너무 대견하고 예쁘다는 생각이 내 마음에 꽉 찼다. 그 때, 성경구절이 생각났다.
우리가 다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것과 아는 일에 하나가 되어 온전한 사람을 이루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르리니 (엡 4:13)
하나님은 우리가 젖먹이 어린 아기로 있을 때도 너무나 사랑하시지만, 우리가 하나님 닮은 자녀로 잘 자라는 모습 또한 무척 기뻐하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 때 모습이 귀엽고 예쁜 것은, 지금의 하영이가 쑥쑥 자라있기 때문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성장하라고 말씀하시고 우리가 성장한 모습을 박수치며 기쁘게 보고 계셨다. 내가 성장한 하영이를 지켜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열렬한 관심으로.
하영이에게 그 마음을 나누었다. 하나님께서 하영이가 수영을 배우고, 중급반 신청도 당첨되도록 인도하셨다면, 이 테스트도 잘 치루기를 바라고 계신다고. 하나님은 우리의 갓난 아기 때의 모습도 너무나 사랑하시지만 우리가 아기로 머물러 있기를 바라시지 않고, 무럭 무럭 잘 크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계신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새벽기도하며 하영이의 아기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이 생각난 것과 (엡 4:13) 말씀을 나누었다. 두려운 마음이 생길 때마다 하영이와 팔과 다리, 호흡을 지으신 하나님께 "제가 수영할 때 꼭 함께 해주세요." 하고 기도하라고 했다. "엄마도 수영장에서 계속 기도할게." 약속했다.
잔뜩 긴장한 하영이를 수영장에 데려다주고 관람석으로 가서 하영이를 지켜보았다. 유리창에 기대어 하영이 찾기에 여념이 없는 하준이와 나였다. 발차기로 몸을 푼 하영이는 선생님의 지시에 전심전력을 다해 세 가지 영법으로 수영했다. 빠른 속도와 정확한 자세로 '하영이가 이렇게 수영을 잘했었나?' 싶을 정도로 멋지게 테스트를 치루는 하영이였다. 그렇게 하영이는 중급반 테스트를 통과했고 수업이 끝나자, 기운 찬 목소리로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영이에게 너무 멋있고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다는 폭풍 칭찬을 하며, 오늘 저녁은 축하 파티를 해야하니 메뉴는 하영이 먹고 싶은 걸로 정하라고 했다. "그냥 밥 먹어도 되는데... 치킨 먹어도 돼요?" "그럼! 다른 것도 더 골라!" 그렇게 저녁 식사는 하영이를 위한 축하파티가 되었고, 하준이가 먹고 싶다던 피자까지 더해져 치킨 피자 파티가 되었다.
아래 찍은 사진 속, 1월 4일에 붙여 놓은 하준이의 생일축하 가렌더와 함께 "자신을 포기하지 마"라고 하영이가 만들어 놓은 액자가 걸려있다. 밝게 웃는 5학년이 된 하영이가 나는 참 좋다. 내년에는 6학년이 된 하영이를 사랑하게 될 것이고, 5학년 때도 사랑스러웠던 하영이가 더 많이 자랐음을 깨달으며 성장에 감사할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맛있는 포도주가 되는 것 같이. 예수는 지혜와 키가 자라가며 하나님과 사람에게 더욱 사랑스러워 가시더라(눅 2:52). 말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