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교만

양지양 2023. 3. 13. 11:27

꿀을 많이 먹는 것이 좋지 못하고 자기의 영예를 구하는 것이 헛되니라
자기의 마음을 제어하지 아니하는 자는 성읍이 무너지고 성벽이 없는 것과 같으니라
(잠언 25:27-28)
 
  코로나 기간 동안 아기 엄마 셀을 맡으면서, 셀모임이 잘 되지 않는 것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오프라인으로 모임이 쉽지 않아 온라인으로 모였는데, 시간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잘 모이지도 않아서 고민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과 인간으로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모두 하나님께로 가지고 나갔다.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는 그 모든 생각에 답을 주시고 내 감정들에 대해서 인격적으로 위로하시기도 또 정확하게 알게 하시기도 하셨다. 지나고 보니, 내게 꼭 필요한 시간들이었다. 하나님께서 교만하지 말라고, 셀을 세우는 것은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하셨다. 그 과정에서 하나님께서는 세밀하고 인격적으로 말씀하셨다. 내가 받을 수 있는 만큼 말씀하셨고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방법을 통해 말씀하셨다. 사실 하나님이 이렇게까지 인격적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하나님을 점점 알수록 하나님은 나에게 주신 자유의지까지도 인정하시고 사랑하신다는 것을 알았다. 동시에 하나님께서는 그 말씀을 받을 수 있는 그릇을 직접 내 마음에 만드시고 그것이 완성되었을 때에 그 그릇의 분량만큼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그 그릇을 내 생각대로 내가 만들어 놓는 게 아니라, 하나님께서 직접 높이와 넓이와 모양을 정하시고 완성하신 후에 내 마음에 관여하신 후에야, 내 마음 밭을 직접 귀경하신 후에야 말씀하셨다. 그래서 온전히 은혜라고, 하나님께서 하셨다고 고백하게 하셨다.
 
  그리고 그 후 어떻게 하면 셀모임이 잘 될 수 있을까, 어떻게 모여야할까를 하나님께 물었을 때, 기도할 때마다 잃어버린 영혼에 대한 마음을 주셨다. 아기 엄마들과 셀모임을 하면서 전해 들었던 이야기들 중 나를 너무 슬프게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셀원의 남편 분께서는 사업으로 매우 바쁘셨는데 주일에 교회에 오시긴 하셨지만 교회 행사 참여나 셀모임 활동은 전혀 하지 않으셨다. 교회의 가장 중요한 기도회였던 특별 새벽기도회조차 교회에서 여러 번 공지가 나가고 남편분이 속한 셀에서도 이야기가 거듭 나누어졌지만 전혀 모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교회에 신경 쓰지 않고 지낼 거라고 하셨다고 했다. 아이는 이제 일곱 살이었고, 아내이신 셀원은 여러 차례 권했지만 남편을 설득할 수 없었다고 했다. 내가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가장 후회한 것은, 예수님이 얼마나 존귀하신 분인지 알지 못하고 그 분을 못 본채 내버려둔 모든 순간이었다. 예수님은 매순간 날 기다리시고 계셨는데 나는 예수님을 쳐다 보지도 않았던 모든 시간들. 나를 위해 십자가를 지시고 내가 받아야 할 온갖 치욕을 대신하신 예수님께서는 그걸 깨닫지 못하고 냉대하는 나를, 그저 하염없이 기다리고 계셨다. 그걸 깨달았을 때, 다시는 예수님을 혼자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고백했다. 물론 하나님은 선하셔서 그 시간들까지도 선용하시고 끝까지 인내하시는 하나님의 깊은 사랑에 대해 알게 하셨지만, 하나님의 사랑을 알고나니 너무 부끄러운 시간들이었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분을 여전히 기다리고 계시는, 언제 돌아올지 모르지만 한결같은 사랑으로 짝사랑하고 계시는 탕부 하나님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분이 나처럼 후회하지 않으시길 간절히 바랐다.
 
  교회에서 교재개발팀으로 영유치부를 위한 교재를 쓰고 있다. 이 가운데도 의문이 들었다. 교회 학교와 연계하여 그 주 배운 주제를 가정에서 같이 짚어볼 수 있도록 하는 새싹키우기가 교재에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아이들과 말씀을 상기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제였는데 3학기, 60과가 끝나기까지 그 과제를 실천하는 사람의 수는 극히 드물었다. 참여인원은 교재집필진의 자녀가 다였다고 해도 무방했다. 점점 수준을 낮추어 가정에서 하기 쉽도록, 어떨 때는 짤막한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 새싹키우기를 할 수 있도록 만들고 홍보가 부족하기 때문인가 싶어 여러 채널로 홍보하고 공지하고, 독려하기도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하나님께 이 문제를 가지고 나가 기도하면서 물었을 때, 가정이 세워져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 교재이지만 아이들 스스로 과제를 할 수 없고 주체는 가정이 되어야 하기에 엄마아빠가 있는 가정이라면 부모가 그 주체가 되어야 했다. 부모가 깨어 말씀 앞에 설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할 때, 셀모임이 생각났다. 개인 경건의 생활이 잘 유지되는 것과 건강한 신앙 공동체에서 함께 좋은 영향을 받는 것은 개인의 신앙생활과 교회를 세워감에 있어 병행되어야 하는 것인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면 소그룹에서라도 그 영양을 공급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겹줄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는 말씀처럼 혼자는 쉽지 않지만 함께라면 말씀을 해석하고 삶에 적용하는 것과 자신의 삶에서 기도해야될 부분이 무엇인지 알기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소그룹에서부터 말씀의 은혜를 나눠받게 되고 기도하고 또 기도의 응답을 받으면서 삶이 세워져간다면, 또한 부부가 함께 그 마음을 공유하고 힘을 받아 가정을 세워간다면, 자연스레 신앙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 거라는 소망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러한 마음이 들었을 때, 부부셀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게 주신 마음들을 남편에게 나누었을 때, 남편에게도 동일한 마음을 하나님께서 주셨다. 셀장으로 함께하겠다고 답해주었다. 하나님께서 예비해주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사님, 사모님께 이 이야기를 나누고 부부셀 허락을 맡았다. 그리고 아기 엄마 셀원들에게도 부부셀이 만들어진다면 부부셀을 하겠냐고 물어보았다. 그런데 셀원들의 반응은 내가 생각하는 반응이 아니었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는 미적지근한 답과 부부셀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반응이 주였다. 나는 실망스러웠다. 내 안의 많은 고민들을 안고 기도하며 받은 응답이 부부셀이라고 생각했기에 부부셀을 한다고 하면 다들 좋아하며 반길 줄 알았던 것이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안고 다시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 다들 좋아할 줄 알았는데 아니예요. 부부셀을 하는 게 맞는 걸까요?" 기도하면서 하나님께서 부부셀을 운영하시기 원하신다면 그렇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나에게 무언가 하실 말씀이 있으실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다른 말씀을 하셨다. 정확하게 내 마음을 짚으시고 내 마음 근저에 있는 교만에 대해 말씀하셨다. "지영아, 네 셀 아니라 내 셀이야. 지영아 네 셀 아니야. 내 셀이란다." 이 말씀이 마음에 들렸을 때 부인할 수 없었다. 내가 헌신해서 부부셀로 섬긴다고 하면, 내가 열심히 하면 다 잘될 거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내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고 영혼 사역은 내가 열심을 낸다고 잘 되는 게 아니라 오직 하나님께서 하실 수 있는 것이라는 마음을 주셨다. 그 순간 정확하신 하나님 앞에 나의 오만함과 교만을 회개했다. "하나님,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제가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저의 교만을 용서해 주세요. 제 셀 아니라, 하나님 셀입니다. 제 셀 아닙니다. 하나님 셀입니다. 하나님 사랑하시는 영혼입니다."
 
  3월이 되고 새로운 셀모임이 시작되었다. 부부셀로 다섯 가정이 함께 모이기로 했다. 첫 셀모임을 하러 가면서 계속 기도했다. "하나님, 제 셀 아니라 하나님 셀입니다. 하나님 사랑하시는 영혼이니 하나님께서 직접 함께해 주세요. 셀원 분들의 발걸음을 주장해 주세요. 첫 셀모임에 모두 모일 수 있도록 셀원 분들의 마음을 주장해 주세요." 그리고 첫 모임에 모든 가정이 참석했다. 교회로 오던 길에 부부싸움을 하셔서 셀모임을 안 할거라고 하셨던 부부도 함께 하셨고, 미팅이 있으셨던 셀원 분도 미팅 일정을 한 시간 뒤로 미루면서 끝까지 함께하셨고, 갑작스레 사전 약속없이 아버님이 집으로 찾아오신 셀원 분도 아내 분은 남아서 끝까지 함께해 주셨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지영아, 내 셀 맞지? 내가 함께할게." 우리 셀은 하나님 셀이었다. 내 마음에 감사가 흘러 넘쳤다.
 
  두 번째 셀모임을 하는 날, 하나님께서 셀모임 잘 된다고 교만하지 말라고 너가 잘해서 되는 거 아니라고 주일 예배 말씀으로 말씀하시는 거 같았다. "꿀을 많이 먹는 것이 좋지 못하고 자기의 영예를 구하는 것이 헛되니라 자기의 마음을 제어하지 아니하는 자는 성읍이 무너지고 성벽이 없는 것과 같으니라"(잠언 25:27-28). 영예를 추구하는 마음을 제어하지 않는다면 성읍이 무너져 성이 훼파되듯 내 마음이 교만해져 결국 나 자신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 오늘 아침 한 번 더 동일한 말씀을 주셨다. "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 이는 심히 큰 능력은 하나님께 있고 우리에게 있지 아니함을 알게 하려 함이라"(고린도후서 4:7). 나는 질그릇일 뿐이고 주인공은 내가 아닌 예수님이시다. "보배함이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은 자기를 꾸미고 빛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를 열어 젖혀 그 속에 있는 보배가 온전히 드러나게 하는 것이다"(GT 2023 3.4월호 p.37). 우리가 질 수 있는 최고의, 유일한 십자가는 자기 부인이라는 목사님의 말씀처럼 "내가 내 몸을 쳐 복종하게 함은 내가 남에게 전파한 후에 자신이 도리어 버림을 당할까 두려워함이로다"(고린도전서 9:27)라는 바울의 고백처럼, 작은 일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나의 교만함을 버려야겠다.
 
내 안에 거하라 나도 너희 안에 거하리라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아니하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음 같이 너희도 내 안에 있지 아니하면 그러하리라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
(요한복음 1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