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를 찾아서
어제 주일 예배를 드리며 김기태 목사님의 설교를 듣게 되었다. "삶의 의미를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죽음을 생각하며 지금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러한 생각들은 예배 후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열렸던 사진전으로 이어졌다. 하루 종일 생각하고 떠올리며 묻고 답하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결정해야 할 사안들을 하나님 앞에서 나열하고 하나님께 묻던 많은 질문과 내 안에 풀리지 않던 감정들이 하나씩 답을 찾고 정리되었다.
목사님께서는 전도서 1장과 12장 말씀을 토대로 전도서의 전반적인 내용들을 가지고 말씀을 들려주셨다. 즐거움, 술, 일, 업적, 돈으로 정의될 수 없는 우리의 삶에 대해 솔로몬이 쓴 성경으로 풀이해 주셨다. 3000년 전 삶의 의미를 찾으려 몸부림쳤던 솔로몬의 입술을 통해 우리가 가지려 하고 누리려 하는 것이 삶의 의미가 될 수 없음을 보았다. 염세주의적인 태도로 모든 것을 비관하지 않으며, 동시에 순진한 낙관주의에서 벗어나 이 세상에서의 삶과 선물로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함을 말씀하셨다. 우리 인생을 우리가 통제할 수 없음을 알게 하는 (전 7:14) 말씀과 전도서의 결론이자 설교의 결론인 (전 12:13-14)이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모든 것과의 단절인 죽음을 매일 생각하시며 1년마다 유언장을 업데이트하신다는 목사님의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말씀을 듣는 내내 그리고 기도 시간에 내 안에 있던 모든 의문이 살아나 하나님께 되묻기 시작했고 하나님께서는 하나씩 답하기 시작하셨다. 말씀이 들리게 하셨고, 내 마음에 기쁨과 감사를 채워주시며 자유롭게 하셨다. 받은 은혜가 넘치자, 내 입에서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감사가 시작됐다. 그런데 도리어 하나님께서 "내가 너의 예배를 기쁘게 받았다."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이해가 되지 않아서 "하나님, 제 마음이 찢기고 상해서 하나님께 나아왔더니 하나님께서 싸매시고 고치셨습니다. 제 마음이 너무나 가난해서 하나님께 왔더니 하나님께서 넘치도록 은혜를 채워주셨습니다. 하나님께 받은 은혜가 이렇게나 많은데 도리어 하나님께서 연약한 저로부터 예배를 받으셨다니요...?" "너에게 주는 것이 나의 기쁨이란다."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맙소사!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시며 나의 아빠셨다.
하영이가 친구들을 집에 초대한 이후, 다시 초대할 때는 파자마 파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여러 평형대로 이루어진 아파트 단지 내에서 우리는 제일 작은 평수에 살고 있다. 하영이까지 네 명의 아이들을 어디에 재워야 할지 고민하면서 내 마음에 나도 모르던 아쉬움이 터져 나왔다. "아, 우리 집이 조금만 더 넓었더라면...." 하영이와 파자마 파티 계획을 논의하며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온 말이었다. 주일 예배 중 어떤 부분에서 이에 대한 답을 하셨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하나님께서는 내게 "지영아, 나는 부끄럽지 않은데. 너희 집이 너무 좋은데, 너는 부끄럽니?" 하고 분명하게 물으셨다. 아쉬움으로 가장된 부끄러움을 정확하게 짚으셨다. 동시에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을 제일 잘 아시니,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것이 최고라는 것을 제가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라는 고백을 할 수 있게 하셨다. 집에 돌아와 우리 집을 보니 아늑한 집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하나님께서 내게 허락하신 최고의 집이었다.
남편과 나는 요즘 시간이 날 때마다 대화하며, 서로에 대해 감사하고 지금보다 더 깊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 있다. 며칠 전, 남편이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나와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같이 보면 좋겠다고 하며 영상 하나를 보여주었다. 희귀병을 앓고 있는 딸을 둔 목사님께서 국토대장정을 하시며 후원을 요청하시는 영상이었다. 영상이 끝날 때쯤 우리도 같이 기도하며 동참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남편이 참 사랑스럽고 예뻤다. 아이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더니 저금통에 모아둔 용돈에서 기쁘게 후원할 수 있는 만큼 돈을 들고 온다. 아이들의 후원금에 돈을 더 보태어 후원금을 송금했다. 남편은 그 후로도 국토대장정 하시는 목사님 유튜브 채널을 자주 들어가 보곤 한다. 지난주 이 일이 있고 난 뒤 주일 예배 때, 목사님께서 "부부여, 깊이 섬기며 행복하게 살라!"는 말씀을 하셨다. 아름다운 사람을 깊이 섬기며 사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생각하며 남편이 더욱 사랑스러워 보였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한 수고가 헛되지 않았다고도 말씀하셨다. 어떤 마음으로 수고했는지 하나님께서 기억하고 계신다고 했다. 전도서 12장 13절의 말씀처럼 하나님을 경외하기에 하나님의 명령을 지키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그것이 신자의 본분이라고 생각했다. 하나님께서는 나의 모든 행위와 다른 사람은 모르는 은밀한 일까지도 갚아주시겠다고 했다. 사실 내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말씀이 밝히 들리도록 내 귀를 여시고 보여주셨기 때문이고, 내가 하나님의 명령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께서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을 주셨기 때문이었다. 내 공로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도 하나님께서는 갚아주겠다고 하신다.
내가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열매에 대한 말씀도 하셨다. 나의 중심을 너무나 잘 아시고 헤아리시며 갚아주시기까지 하시는 하나님이시지만, 열매를 보는 일은 내 몫이 아니라고 하셨다. "선한 말씀이 다 응하였더라"는 하나님의 신실한 말씀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고 그 일을 성취하시는 것도 하나님이시기에, 하나님의 주권에 대해 명확하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룬 게 아니다. 그렇기에 열매를 보는 것에 대한 주권도 내 것이다." 하나님께서 이루시는 것이기에 될지 안 될지 고민하며 염려하는 것 또한 내 몫이 아니라고 하시면서 그 염려를 내려놓으라고 하셨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내 마음에 서운함과 아쉬움 없이 오직 감사함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커피소년의 '행복의 주문'이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마치 "지영아, 예전에 내가 너한테 이 노래 불러줬잖아."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지영이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행복해야 한다고, 행복하게 살라고 마구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느껴졌다.
예배를 마치고 셀 모임을 한 뒤, 돈의문박물관마을로 향했다. 한나 언니께서 교육하셨던 분들이 그동안의 결과물을 모아 사진전을 여셨다. 총 두 팀을 교육하셨는데, 한 팀은 자녀를 둔 엄마들로 이루어졌고 다른 한 팀은 장애아동 소녀들로 이루어졌다. 한나 언니께서 사진전 포스터를 보내주시며 시간 되면 가보라고 연락하셨는데, 거기서 5년 만에 한나 언니를 만났다! 한나 언니는 원래 다음날 철거하러 오시기로 되어 있었고 돈의문박물관마을에는 한나언니가 교육한 두 팀이 각각의 사진전을 서로 다른 장소에서 열고 있었다. 한나 언니와 나는 동일한 시간에 서로 다른 전시관에 있었던 터라 못 만날 수도 있었다. 그런데 한나 언니를 만나다니...! 너무 기쁜 그날의 이벤트였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예전 모습 그대로인 한나 언니였다. 세월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언니의 모습을 마주하니 '너만은 그대로 변함없이 있어 주었구나'라는 안도감 비슷한 감정이 들었다. '모든 것이 변해도 변치 않겠다는 약속 그대로 지켜주었구나' 하는 뭔지 모를 위로가 찾아왔다. 이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사진전에서 만난 사진들과 사진마다 곁들여진 짤막한 글을 읽으며, 삶에서 마주하는 감정과 굴곡이 모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통해 그분들의 삶 한 부분을 내가 공감할 수 있다는 것, 이렇게 공감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위로했다.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을 간 누군가와 내가 같은 감정을 공유하며 함께 걸을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내가 가본 길을 가지 않은 누군가와 함께 같은 곳을 볼 수 있겠다는 위로도. 혼자가 아니라고 속삭이는 벽 위의 사진들.
내 마음속 들여다보지 못했던 많은 길을 전시장에 걸린 사진 속에 그려보았다. 알고 있지만 외면하며 그리지 않았던 길들과 용기가 없어 그리기를 끝내지 못했던 길들, 나도 알지 못했던 길들이 마음 끝에서 서로 얽혀 뻗어나간다. 어떤 길은 굽이굽이치고 어떤 길은 곧게 쭈욱 뻗어나간다. 그러다가 뚝 끊어져 갈 길을 잃기도 하였다. 그 길 위에 사진 속 웃음과 위로, 고통과 방황을 채워 넣는다.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작가님들은 저마다 꽃 한 송이 들고 내 마음의 길에 정성껏 꽃을 심어준다. 계속 그 길을 가라고, 나도 가봤다고 이야기를 건네면서.
서로 만나지 않을 것 같던 갈래길들이 다시 내 마음으로 돌아와 하나의 대로가 된다. 모든 감정을 긁어모아 내 마음에 담고 보니 삶으로 엮어진 넓은 길 하나가 내 마음에 뻗어 있다. 소망의 꽃길. 환난 중에 참을 수 있는 힘과 소망 중에 즐거워할 수 있는 이유가 내 마음에 피어났다. 이제는 기도를 계속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윗의 아들 예루살렘 왕 전도자의 말씀이라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전 1:1-2)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되돌아 보아라 이 두 가지를 하나님이 병행하게 하사 사람이 그의 장래 일을 능히 헤아려 알지 못하게 하셨느니라 (전 7:14)
네 헛된 평생의 모든 날 곧 하나님이 해 아래에서 네게 주신 모든 헛된 날에 네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즐겁게 살지어다 그것이 네가 평생에 해 아래에서 수고하고 얻은 네 몫이니라 (전 9:9)
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들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모든 사람의 본분이니라
하나님은 모든 행위와 모든 은밀한 일을 선악 간에 심판하시리라 (전 12:1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