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시

미움

양지양 2024. 11. 6. 09:59

미움

양지영

 

미움의 옷깃을 단단히 여며 잠그고

새벽녘 산책길 나선다

 

핑글핑글 낙엽 손짓 보지 못하고

새벽 내음 맡지 못하고

새들의 환대 듣지 못하고

 

나 혼자 아스라이 걷는

좁디좁은 오솔길 능선이 깊게 패여간다

 

나뭇잎 끝 물방울 떨어질 때마다

나쁜 년 못된 년

매서운 바람에 못 이겨 게워 내는 눈물

 

밟히는 낙엽 아래 떨어진 물방울

꾹 꾹 밟아 떤다

짓이겨진 낙엽 속

검게 물드는 냉랭한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