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내 양을 먹이라

양지양 2024. 2. 21. 09:58

  지난 설날 주일에 동생 부부가 다니는 교회에서 함께 예배드렸다. 담임 목사님의 설교는 돌아온 탕자의 비유에 대한 것이었다. 설교를 들으며 내 마음에 크게 남아 있는 말씀은 큰 아들의 태도였다. 매일마다 마을 어귀까지 나가 둘째 아들이 행여 돌아오지는 않을까 기다리던 아버지의 마음을 큰 아들이 잘 알았다면, 큰 아들의 마음에도 동생을 향한 사랑이 있었다면... 동생이 돌아왔을 때 화내고 소리치며 돌아온 동생을 미워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하셨던 말씀이었다. 
  탕자인 둘째 아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시지도 않았는데, 유산을 달라고 한다. 그리고 아버지는 무례하고 말도 안 되는 요구에도 큰 아들에게는 유산의 3분의 2를, 둘째 아들에게는 3분의 1을 각 각 주었을 것이다. 동생이 돌아왔을 때 "나에게는 염소 새끼 한 마리 잡아주신 적 없으면서 방탕하게 살다가 온 동생을 위해서 소를 잡으며 잔치를 벌이나이까."라는 큰 아들의 물음에 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한다. "얘, 내 것이 다 네 것이어늘." 정말 맞는 말이었다. 아버지는 자신의 재산에서 장자에 대한 유산으로 두 몫을 주었고, 지금도 큰 아들이 자신의 집에 있는 모든 것을 누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큰 아들을 대했다. 방탕하게 살다가 겨우 돌아온 둘째 아들을 향해서도 사랑으로 대하는 참 아버지가 큰 아들을 사랑하고 있었음은 당연하다.
  아버지의 사랑을 알았다면 큰 아들은 동생에 대해서 어여쁘게 여기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자신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의 깊이가 어떠한지 알기에 동일하게 항상 동생을 기다리고 안타까워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잘 알았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애굽의 총리가 된 요셉 앞에 곡식을 얻으러 온 유다의 고백이 생각났다. 막내 베냐민의 짐에서 요셉이 몰래 넣어둔 은잔이 발견되자, 하나님께서 우리의 죄를 드러내셨다고 말하면서 이렇게 고백한다. 연로하신 아버지가 계신데 그 아버지가 베냐민과 베냐민의 친형인 죽은 아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해 말하면서 자신을 종으로 삼고 베냐민을 아버지께 돌아가게 해달라고 사정한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한다. "그 아이를 데리고 가지 않는 한, 저는 아버지께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저는 아버지가 슬퍼하시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습니다."(창 44:34).
  유다는 아버지의 마음을 너무 잘 알았다. 아버지의 사랑의 깊이가 어떠한지도 잘 알았다. 그래서 그런 고백을 할 수 있었다. 진심으로 아버지와 동생을 사랑한 유다, 영혼을 사랑하는 유다의 마음을 보시고 하나님께서는 유다를 장자로 세우시고 그에게서 왕이 끊이지 않고 나올 것을 예언하신다. 어마어마한 축복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유다의 족속에서 온 세상을 구원할 메시야가 탄생하는 놀라운 축복이 임한다. 유다를 높이시고 영예롭게 하시는 하나님을 우리는 지금도 본다.
  동시에 내 마음에 생각난 말씀은 "내 양을 먹이라."는 말씀이었다. 하나님의 마음을 잘 아는 자에게, 영혼을 사랑하는 자에게 하나님은 자신의 소중한 양 떼를 맡기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