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제일 약한 사람이 된다
우리가 하나님께서 너희로 악을 조금도 행하지 않게 하시기를 구하노니 이는 우리가 옳은 자임을 나타내고자 함이 아니라 오직 우리는 버림 받은 자 같을지라도 너희는 선을 행하게 하고자 함이라 (고후 13:7)
엄마가 많이 편찮으신지 세 달이 넘어간다. 약의 도움을 받으시면서 서서히 회복되고 계신 것 같다. 물론 컨디션이 난조일 때도 많고 체력이 어떠신지 가늠이 안 되셔서 무리하셨다가 거의 하루를 누워서 보내실 때도 있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하셨을 일이라 엄마도 어느 정도가 한계인지 잘 모르신다. 얼마 전 동생이 엄마 돕는 게 많이 힘들다고 하기에 주말 때 친정에 내려가기로 했다. 엄마를 뵈니 한 달 전보다는 조금 더 나아지고 계셨다.
엄마랑 같이 사는 동생 나름대로 이 상황들을 잘 이겨내려고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께서는 동생이 생각만큼 잘 안 도와준다며 서운한 것들을 이야기하셨다. 그리고 반찬을 만들어 택배로 보내며 이 정도면 쉽게 하겠다 생각하고 동생에게 조리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 있는데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한 달 전 친정에 내려가 있었던 시간을 되짚어 볼 때 나 역시 동생에게 서운한 것이 많았다. 동생은 엄마 간호를 도와주지 않았고 힘들면 부탁하라는 말을 먼저 꺼내기에 부탁했지만 들어주지 않아서 결국 내가 다 했다. 내가 가고 나면 그때는 동생이 이것을 혼자 해야하니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으로 그 시간들을 감내했는데,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를 엄마에게 들었을 때 참 속상했다.
그 한 달 동안 동생이 힘들다고 토로하는 것을 기꺼이 들으며 위로하고 여러 번 동생에게 유한 말로 권면했다. 동생이 옆에 있으니까 엄마께서 부탁하시기도 하고 내가 보낸 반찬이 다 떨어져 갈 때는 몇 가지 만들기도 했으니 돕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동생이 철이 덜 들어서, 이런 일을 처음 겪으니 상황 자체가 힘들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부모님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이 기본을 벗어날 때가 있어서 화가 난다.
동생이 그런 태도와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나 행동에서 그게 나타난다. 엄마는 힘이 없으시니 말씀을 못하시고 동생의 변명에 대꾸하시다보면 혈압이 올라가신다. 아빠는 그런 상황이 일어나도 아무 말씀을 하지 않으신다. 아빠에게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 말씀하시라고 했다. 하지만 아빠는 말하지 않겠다고 하셨다. 그런 모습도 동생의 모습이니 인정해야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나에게는 회피하겠다는 말로 들렸다. 잘못한 것을 감싸안는 것이 옳은 일인가. 이 답답함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어떻게 동생을 대해야할지 나에게 여전히 숙제다.
일전에 내려갔을 때, 동생이 부모님께 말하는 태도가 잘못되어서 처음에는 웃으면서 가볍게 이야기했지만 자신의 잘못을 받아들이지 않아서 화를 냈던 적이 있다. 이후에 내가 부드럽게 말하지 못한 것에 대해 먼저 사과하고 동생에게 너를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에 하나님 앞에 입술로 죄 짓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권면했음을 말했다. 다행히 동생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고치려고 노력해서 많이 변했다. 오늘 내 마음도 동일하다. 내가 옳다는 것을 나타내려거나 존중받기를 원하는 마음이 아니라 동생이 하나님의 말씀대로 온전히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바울은 고린도후서의 긴 편지를 통해 고린도 교회 성도들에게 권면한다. 거짓 교사에게 미혹되지 말고 온전히 선을 행하는 자 되라고 말한다. 자신은 계속 오해받고 연약해진다 하더라도 그들이 주 안에서 강해진다면 기쁘겠다고 하면서 그들의 온전함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GT 본문 해설은 말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엄했던 편지를 13절에 나오는 가장 완전한 축복기도로 끝맺음으로 지금까지의 모든 책망 속에 깊은 사랑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나도 동일한 마음으로 동생을 축복하고 동생의 하루가 기쁘기를 기도한다. 마지막으로 바울은 이렇게 인사한다.
마지막으로 말하노니 형제들아 기뻐하라 온전하게 되며 위로를 받으며 마음을 같이하며 평안할지어다 또 사랑과 평강의 하나님이 너희와 함께 계시리라 거룩하게 입맞춤으로 서로 문안하라 모든 성도가 너희에게 문안하느니라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교통하심이 너희 무리와 함께 있을지어다 (고후 13:11-13)